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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보리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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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제 작성일26-06-09 13:46 조회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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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계절이다. 

초록이 가장 짙어지는 이맘때면 교정 한편에 서 있는 보리수나무들도 조용히 여름을 준비한다.

이나무를 심은분은 오래전 잠드셨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다. 

햇빛을 머금은 열매들은 루비보석처럼 반짝이고, 

바람이 스쳐 지나 갈 때마다 잎사귀들은 하얀 얼굴에 초록머플러 물결을 일으킨다.

 

그 아래에선 중학생 소녀들의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 나무 밑에서 저 나무 밑으로 뛰어다니며 열매를 따며 까르륵 까르륵

웃음소리가 교정을 가득 채운다.

"여기 더 많아!", "이것 봐, 정말 크다!" 하며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마치 한 편의 합창곡 같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초여름의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보리수는 참 신기한 나무다. 

화려한 꽃으로 사람을 유혹하지도 않고, 

거대한 몸집으로 위엄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변덕스런 봄을 견디고, 비바람을 이겨내며, 

때가 되면 달콤한 열매를 내어준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피조물들을 위해 열매를 맺는 것이다.

 

어쩌면 보리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수많은 숨은 영웅들을 닮았다.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부모님들, 

제자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친 스승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풍성한 열매를 거두며 살아간다.

 

보리수 열매를 한 알 입에 넣어 본다. 

처음에는 새콤하고, 이내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인생의 맛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수많은 인고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보리수는 우리에게 인내를 가르치고, 

기다림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6월의 푸른 하늘 아래 붉게 익어가는 보리수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열매 하나하나에는 햇빛과 비와 바람, 그리고 긴 기다림이 담겨 있다고. 

우리의 삶도 그렇게 익어가야 한다고.

오늘도 소녀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보리수 그늘 아래서 끊이지 않는다. 

그 웃음이야말로 보리수가 맺은 가장 아름다운 열매가 아닐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추억을 남기고, 사랑을 나누게 하는 것. 

그것이 보리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초여름의 조용한 가르침일 것이다.

6월의 보리수는 말없이 서 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누구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누며 살라, 기다리며 살라, 그리고 열매 맺는 삶을 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붉게 익은 보리수를 바라보며 감사한다. 

계절이 주는 선물에,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에,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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