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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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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제 작성일21-12-15 11:59 조회2,3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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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학교

 

교정의 거목 미루나무가 나목(裸木)이 되었다.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버렸다.

 

중앙로 언덕 기슭 밭엔 유채 씨를 뿌렸더니 작은 떡잎들이 파릇파릇 올라왔다.

생명의 신비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보면서 감탄이 나온다.

영하의 날씨에도 버티는 여린 새싹과 거목이 겨울나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십 년 동안 혹독한 겨울을 지내며 저만큼 자랐으니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갖고 있을까?

이 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학생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엔 바람을 막아주며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는 학생들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유채는 과연 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화사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낙엽을 모아서 덮어 줘야하나 아니면 스러진 풀잎들을 모아서 덮어줘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안쓰럽지만 기다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왜냐하면 비록 어리지만 잠재된 내면의 단단한 유전인자가

추위에 깨어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오래도록 유전되어진 악의 본성들이 뿌리 깊게 내재되어있다.

그것을 시련의 겨울학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찬란한 계절에 열매도 없고, 쓸모도 없는 무성한 나무와 풀이 되고 말 것이다.

 

겨울은 쉼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준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이 없는 나라의 식물들은 무성하지만 유약하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이 있는 나라의 식물들은 더디게 자라지만 강하다.

 

교육은 겨울나기와 같다.

겨울은 멈춤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절이다.

어린학생들이 가정의 온실을 떠나 혹독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생존의 몸부림이 가엾지만 미루나무처럼 묵묵히 지켜보는 응원과 기도가 필요하다.

각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가

불순물이 깨어지고 녹아 없어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지금의 아픔이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 풍요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성공적인 삶을 힘차게 살아가는 이 겨울 학교를 거쳐 간 동문들이 산 증인들이다.

그들의 회고담을 듣노라면 얼핏 가혹하리만큼 깊은 고난의 골짜기를 거쳐 갔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인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힘찬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인생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겨울학교를 다녔기에 두려움은 없다. 언제나 도전하고 헤쳐 나아갈 용기가 있다.

내가 아직 젊어서도 아니고 가진 것이 많아서도 아니고 경험이 많아서도 아니다.

내 몸 구석구석 세포 속에 겨울학교의 교훈들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동지섣달 한겨울의 깊은 밤은 길고도 춥다.

그러나 그만큼 내안에 강한 인고(忍苦)의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벽마다 잠시 후 떠오를 태양을 얼마나 기다리는가.

드디어 해가 뜨고 햇살이 내 언 몸을 감쌀 때 얼마나 감사한지.

정오의 기도가 드려지고 서산에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아쉬움에 고개를 숙이는

겨울학교의 수업이 불확실한 미래의 내 인생이 된다.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밤이면 더 춥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온 산과 들을 뒤덮은 하얀 설국이 꿈속으로 나를 데려가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겨울학교는 미래를 위한 필수 예비학교이다.

생략하거나 건너뛰면 안 되는 학교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학교를 무시하거나 피하려는 학생들이 태반이어서 걱정스럽다.

이일을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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